육아 분담, 공평보다 중요한 건 ‘합의’였어요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거야?” 아내의 이 한마디가 가슴 깊이 박혔던 날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지쳐 있었고, 저 역시 억울했습니다.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왜 자꾸 “누가 더 많이 했냐”를 따지고 있을까? 오늘은 육아 분담에서 저희가 겪었던 갈등과, ‘공평함’보다 ‘합의’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과정을 공유합니다.
1. “공평하게 하자”가 오히려 불만을 키운다
처음엔 ‘역할을 반반 나누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저는 분유 & 기저귀 담당, 아내는 수유 & 재우기 담당.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보채는 시간, 예고 없이 바뀌는 상황, 컨디션… 이런 변수들 앞에서 “당번이니까 네가 해”는 무의미했습니다. 오히려 “나는 했는데 너는 안 했네”라는 감정이 자주 생겼죠.
2. 역할 분담보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 합의’
그래서 저희는 “누가 무엇을 맡을까?”보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부터 정리했습니다.
아내는 수면 시간을 최우선으로 두었고, 저는 외출 시 아기 짐 준비나 감정 케어에 더 익숙했습니다. 서로의 강점과 피로 포인트를 공유하고, 잘하는 걸 우선 맡고, 피곤한 부분은 서포트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3. ‘계획 없는 분담’이 갈등을 부른다
분담이라는 말은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계획은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간단한 ‘주간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 기저귀/분유 구입일
- 소아과 예약
- 육아템 정리
- 밤중 깨기 횟수
그걸 눈에 보이게 두자 자연스럽게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인식할 수 있었고, “이번 주 이건 내가 해볼게” 같은 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4. ‘나는 더 힘들다’는 말 대신, ‘서로 다르다’를 인정하기
힘든 정도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나는 더 힘들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말하더군요. “나는 쉬는 시간이 없는데, 당신은 밤에라도 자잖아.” 그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깨달은 건, 피로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인정하자, “누가 더 힘든가”보단 “오늘은 누구를 더 도와줘야 하나”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5. ‘합의’란, 계속 바뀌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육아는 시기마다 상황이 바뀝니다. 한때는 제가 새벽 육아를 도맡았고, 요즘은 아내가 식사 루틴을 담당하고 있죠.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역할 재정비 회의’를 합니다. 바뀐 컨디션, 일정, 아이 상태에 따라 역할을 조율합니다.
이 회의가 “왜 나만 해?”라는 불만을 줄이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협력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결론: 공평함보다 중요한 건 ‘합의된 만족감’입니다
육아 분담의 핵심은 정확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나누는 것보다, **서로의 상태를 살피고, 조율하고, 인정하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하루 10분의 부부 대화로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