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친구는 어디 있나요 – 육아 속 고립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누구와 진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아이와는 하루 종일 함께하고, 아내와는 일정과 집안일을 공유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곁에 없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혼자가 아닌데 혼자인 기분을 정확히 느꼈다.
🚪 서서히 멀어지는 인간관계
육아를 시작한 이후, 친구들과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졌다.
술자리에 초대받지 않은 건 아니다. 단톡방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런데 참석하지 못한 날들이 쌓여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야 나 요즘 못 나가서 미안해…” 그 말조차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냥 읽씹이 당연해졌고,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SNS를 켜면 다른 친구들은 등산, 캠핑, 워케이션…
그런 피드를 보며 나는 아무 말 없이 스마트폰을 덮는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나는 지금, 세상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다.
🧍♂️ 아빠의 육아는 ‘혼자’가 기본값
엄마들은 산후조리원 동기, 지역 맘카페, 육아 커뮤니티 등 정보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반면 아빠들은?
육아 고민을 나눌 공간도, 말벗도 드물다.
육아 정보는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고, 감정은 머릿속에 쌓아두고, 문제는 스스로 소화하려 한다.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누가 이 이야기를 이해해줄까?
그 질문에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면, 이미 고립이 시작된 것이다.
📵 조용히 찾아오는 ‘정서적 단절’
고립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천천히, 조용히, 깊게 침투한다.
대화 주제가 줄고, 감정을 설명하는 일이 귀찮아지고,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게 된다.
처음엔 “바빠서 못 했다”는 핑계였지만 나중엔 연락할 용기조차 사라진다.
그렇게 말하지 않게 되고, 결국 말할 줄도 잊게 된다.
😞 고립은 외로움 그 이상이다
단순히 사람을 못 만나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는 무력감이 마음에 켜켜이 쌓인다.
“하소연하면 유난 떠는 거 아닐까?” “말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그렇게 감정은 침묵하고, 침묵은 외로움을 키운다.
결국 ‘사람 많은 공간에서도 혼자 있는 느낌’에 익숙해지고 만다.
📌 고립의 위험 – 정서적 방전
육아 고립이 지속되면 다음과 같은 감정 변화가 나타난다:
- 사람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 감정 표현이 줄고, 말수도 줄어든다
- 무의식적으로 회피 행동을 한다 (TV, 폰 중독 등)
-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밀려온다
- 배우자와의 대화도 감정 없는 보고식으로 바뀐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아빠로서의 역할도 감정 없는 수행으로 전락하고 만다.
🧭 ‘연결’의 실마리를 찾아서
나도 그랬다. “누구한테 연락하기도 애매하고…” “괜히 어색해질까봐…”
그러다 용기내어 한 명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야, 나 요즘 애 키우느라 정신없다. 진짜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네. 시간 되면 잠깐 통화하자.”
친구는 흔쾌히 전화를 받아줬고, 20분 남짓한 통화는 내 감정을 다시 연결시키는 작은 기적이었다.
고립은 내 안에서 쌓인 것이었고, 연결은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 고립감, 이렇게 줄여보자
- 1. 하루 1회, 짧은 안부 메시지 보내기
“잘 지내?”라는 말 하나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 2. 배우자와 ‘감정 대화’ 연습
“오늘 ○○해서 좀 힘들었어.”처럼 감정 자체를 나누기 - 3. 온라인 커뮤니티 탐색
육아 아빠 커뮤니티, 블로그, 소모임 참여로 익명 공유 시작 - 4. 나를 위한 짧은 외출 허락
동네 산책, 카페 혼자 가기 등 ‘내 감각 회복’을 위한 시간
🌿 나도 누군가에게 친구로 살아야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잘 지내냐”고 먼저 물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육아는 많은 걸 잃게도 만들지만, 그 안에서 진짜 관계를 되살릴 기회도 준다.
누구보다 고립된 시간 속에서 나는 배웠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말하는 순간, 다시 연결된다.
그 연결은 누구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따뜻한 틈’을 만드는 것이다.
🌙 마무리하며 – 다시 사람으로 살아가기
아빠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잘 해내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점점 혼자였고, 그 혼자라는 감정에 지쳐가고 있었다.
이제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조금씩 회복해가고 싶다.
친구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괜찮냐고” 묻는 연습을 다시 시작해본다.
아빠도 연결되어야 살아갈 수 있다. 그 연결의 시작은 단 한 줄의 진심에서 시작된다.
▶ 다음 이야기: 23 – 도움 요청이 어려운 아빠 – 혼자 감당하는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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