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준비기 – 기념보다 중요한 마음
“돌잔치는 어떻게 할 거야?” 아이 생후 11개월이 되자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말이었다.
돌상이니, 스튜디오 촬영이니, 장소 예약이니… 정신없이 준비하라는 이야기들이 쏟아졌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생일이니까 뭔가 특별하게 해야지.’
하지만 마음 한쪽에선 자꾸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걸까?” 하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 돌잔치,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주변 돌잔치에 가보면 대부분은 성대한 행사였다.
- 호텔 뷔페 대관
- 사진작가, 사회자 섭외
- 돌잡이 소품, 영상 제작
- 온갖 드레스와 한복, 소품 대여
어쩌면 아이보다는 ‘가족 친지에게 보여주는 자리’에 가깝기도 했다.
물론 축하받을 일이다. 1년 동안 잘 자란 아이, 잘 견뎌낸 부모.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아이에게 정말 기억에 남는 건, 어떤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나눈 마음이 아닐까?”
👨👧 첫 돌을 준비하며, 나는 나를 돌아봤다
돌잔치 준비를 시작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지?’ 하고 처음으로 육아 1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출산 직후 밤을 새우며 기저귀를 갈던 날들, 분유 먹이다가 아이가 내 품에서 잠들던 순간들, 한밤중 울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없이 안고 걷던 거실 복도.
그 모든 순간이 돌잔치보다 훨씬 더 선명한 ‘기록’이었다.
그 기억들은 사진보다 또렷하고, 영상보다 따뜻했다.
📷 우리는 조촐하게, 진심을 담기로 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호텔도, 대관도, 사회자도 없이 집에서 조촐한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
직접 만든 작은 돌상 위에는 과일과 떡 몇 개, 그리고 손수 쓴 편지를 올렸다.
“○○야, 너와 함께한 365일이 아빠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날들이었어.”
사진관 대신, 집 베란다에 천을 걸고 아이에게 한복을 입혀 스스로 카메라를 들었다.
가끔 초점도 흔들리고, 표정도 엉뚱하게 나왔지만 그 웃음엔 세상의 그 어떤 사진도 담지 못할 진짜 감정이 있었다.
🧡 돌잡이보다 기억에 남은 순간
돌잡이는 간단히 했다. 실, 연필, 청진기, 마이크, 돈 등 의미 있는 물건 몇 개를 종이 박스에 올려놓고 아이 앞에 뒀다.
아이의 손이 향한 건 놀랍게도 리모컨.
그 순간 온 가족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아이는 리더가 되겠네~” “아니야, 미디어 관련된 일 하려나 봐.”
진지하게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분위기는 충분히 따뜻했다.
나는 아이를 안고 “무엇이 되든,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속으로 말했다.
💌 돌을 맞아 아이에게 쓴 편지 중에서
○○아, 아빠는 너를 통해 새로운 삶을 배우고 있어. 너의 울음으로 아빠는 감정을 이해했고, 너의 미소로 아빠는 위로받았어. 첫돌은 단지 생일이 아니라 우리의 첫 1년을 함께 살아낸 기념이야. 네가 자라서 이 날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빠는 기억할게. 너와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이 1년 동안 네가 얼마나 용감했고, 아빠는 너 덕분에 얼마나 더 좋은 사람이 되었는지를.
🌱 돌 이후에도 육아는 계속된다
돌잔치가 끝났다고 해서 육아가 끝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더 많은 감정, 더 많은 언어, 더 많은 사고가 우리 사이에 생기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아이의 첫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로 남고 싶다.
🌙 마무리하며 – ‘돌’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다
아이의 첫 돌은 아마도 아이에게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봤는지, 어떤 말을 건넸는지는 내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기념은 순간이지만, 마음은 남는다.
돌은 ‘무엇을 해줬느냐’보다 ‘무엇을 함께했느냐’를 되돌아보는 날이다.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사실은 내가 태어나고 있었다는 걸.
▶ 다음 이야기: 아빠도 아플 수 있다 – 감기 걸린 날의 육아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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