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의 언어 – 아빠가 알아낸 우리 아이의 신호
처음 혼자 육아를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건 기저귀도, 이유식도 아니었다.
바로 울음이었다.
울기 시작하면,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왜 우는 거지? 어디 아픈 건가?’‘나 때문인가? 내가 뭘 놓쳤나?’
육아책에서는 ‘울음은 아기의 언어’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그 언어를 **한 글자도 못 읽는 낯선 외국인** 같았다.
😵 모든 울음이 같은 줄 알았다 – 아빠의 무지
초반에는 다 똑같이 들렸다. 그저 시끄럽고, 격한 감정이 묻어나는 소리.
밤에 깨서 울면 ‘졸린데 못 자서 우는 건가?’ 밥 먹고도 울면 ‘배부른데 왜 또 울지?’ 아무리 해도 아이가 우는 이유를 몰랐다.
그때 나는 아직 ‘울음을 멈추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 “엄마가 와야지…” 그 한마디에 무너졌던 날
어느 날, 아이가 낮잠에서 깬 뒤 30분 넘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안고, 달래고, 흔들고, 분유도 준비해보고, 장난감도 가져다줬지만…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친척 어른이 말했다.
“아휴, 아빠는 몰라. 엄마가 와야지. 아빠는 힘들지?”
그 말이 농담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속 어딘가가 뚝 끊어졌다.
“내가 아빠인데, 왜 나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을까.”
👁️ 울음 소리보다 ‘울기 전’의 얼굴을 보기 시작했다
그날 밤부터 나는 다짐했다. “울기 전에 뭔가 신호가 있을 거야.”
그때부터 울음을 멈추기보다 ‘울기 전의 표정, 움직임, 기운’을 읽으려고 했다.
- 눈을 자주 깜빡이면 – 피곤하거나 지루할 때
- 손을 입에 가져가고 입술을 빠는 행동 – 허기 신호
- 다리를 웅크리고 몸이 긴장 – 불편함, 기저귀 이상 가능성
- 시선이 불안정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
처음엔 헷갈렸지만, 일주일, 이주일… 계속 아이를 관찰하며 나는 아이만의 ‘울기 전 신호 패턴’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 아빠의 울음 관찰 일기 – 내가 만든 ‘나만의 해석법’
나는 핸드폰 메모장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 10:30 – 밥 먹고 30분 후, 갑자기 울기 시작 → 졸림 + 복부 불편?
- 15:15 – 낮잠 자고 깬 뒤 울음 → 주변 소음 + 배고픔 겹침
- 19:00 – 배 불러도 보챔 → 오감 피로 누적 (불 끄고 조용히 안아주니 진정)
이런 기록들이 쌓이며 나는 어느새 ‘예측 가능한 아빠’가 되어갔다.
아이도 내 품에 안기면 안심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그 신호를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아이도 아는 듯했다.
🫂 울음은 감정이고, 감정은 거절이 아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울면 뭔가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편하게 했나? 부족했나? 모자란 아빠인가?
하지만 지금은 울음이 들릴 때 그 울음 속에 담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아, 오늘은 많이 피곤했구나.” “조용한 게 필요했네, 미안해.” “그냥 안기고 싶었던 거지?”
그렇게 말을 걸어주는 순간 아이도 내 눈을 바라본다. ‘이 사람이 내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듯이.
💡 아빠가 정리한 ‘울음 대응 4단계’
- 1. 울기 전 신호를 관찰 – 얼굴, 손, 다리, 눈 움직임을 체크
- 2.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추측 – 졸림, 배고픔, 불안, 자극 피로 등
- 3. 먼저 반응하기 – 안아주기, 조명 낮추기, 조용히 하기 등
- 4. 말로 감정을 읽어주기 –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주면 안정감을 느낀다
🌙 마무리하며 – 울음을 통해 더 가까워진 사이
이제 나는 아이의 울음이 무섭지 않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하지 못하지만 그 작은 울음 속에는 “지금 나 좀 봐줘”, “나 힘들어”, “안고 싶어” 같은 마음의 문장이 숨어 있다.
그걸 읽어주는 아빠. 그걸 기다려주는 아빠. 그리고 그걸 믿는 아이.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서툴지만 따뜻하게, 울음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울음을 멈추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빠는 네가 왜 우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 다음 이야기: 첫 돌 준비기 – 기념보다 중요한 마음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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