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첫 이유식 도전 – 먹이기보다 중요한 것들
“이유식은 엄마가 더 잘하지 않나?”
이전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방에서 이유식 만드는 모습을 보면 그 정성과 복잡함이 왠지 나와는 먼 일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내가 갑작스럽게 외출하게 되면서 그날의 점심 이유식은 내 몫이 되었다.
“그냥 먹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그날 나는 그 ‘먹이는’ 시간이 얼마나 깊은 감정의 교류인지 처음 알게 됐다.
🥄 낯선 식탁 앞 – 아빠의 미숙한 시작
아이에게 주는 첫 이유식은 부드러운 미음과 당근 퓨레를 섞은 것이었다. 아내가 아침에 친절하게 남긴 메모가 붙어 있었다.
- “미지근하게 데워서 주세요 (전자레인지 금지!)”
- “숟가락은 실리콘 작은 걸로”
- “안 먹으면 억지로 넣지 말고 기다리기”
나는 메모대로 미음을 데우고, 작은 유아 전용 식판에 소분해 숟가락까지 놓았다. 아이를 아기 의자에 앉히고 ‘오, 이 정도면 괜찮게 준비했네’ 하고 은근히 스스로를 칭찬했다.
😓 예상과 현실은 다르다 – 첫 숟가락의 충격
작은 숟가락으로 미음을 떠서 살살 아이 입 앞에 가져갔다. “아~ 해볼까?”
하지만 아이는 입을 꽉 다물더니 고개를 돌렸다.
다시 시도. 이번엔 조금 입 가까이에 댔더니 “퉤!” 입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뱉는다.
미음은 턱 밑에 흐르고, 입 주변은 끈적끈적해지고, 나의 표정은 굳기 시작했다.
‘뭐지? 배가 안 고픈 건가?’ ‘엄마가 할 땐 잘 먹는다더니…’
세 번째 숟가락에선 아이가 헛구역질을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당황했고, 아이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 깨달음 – 먹이기보다 중요한 것
“그냥 한 통 다 먹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 내 속마음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눈물 고인 아이 얼굴을 보면서 ‘아,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깨달았다.
이유식은 단순히 ‘영양’이 아니라, 처음으로 음식을 받아들이고, 아빠와 교감하는 감정의 시간이었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았다. 목덜미에 땀이 맺히고, 작은 몸이 가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미안해, 아빠가 너무 조급했지…”
아이의 눈을 다시 마주치며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두 번째 시도 – 기다림이 만든 작은 기적
30분쯤 지났다. 아이도 진정됐고, 나도 다시 평정심을 찾았다.
그때, 아이의 시선이 다시 이유식 그릇을 향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작은 숟가락을 들어 아이에게 가까이 보여줬다.
입에 넣으려 하지 않고, 그저 손에 쥐고 흔들었다.
“이건 당근이야. 오렌지색이지? 맛은 부드러워.”
그 순간, 아이가 천천히 숟가락을 바라보다 입을 아주 작게 벌렸다.
그 한 입. 정말 손톱만큼 작은 양이었지만 내 마음은 뭉클했다.
아이와 내가, 이유식이라는 낯선 경험을 서로를 믿으며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
📌 아빠 이유식 실전 팁 – 경험에서 온 것들
- 1. ‘입에 넣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게 하는 것’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핵심입니다. - 2. 한 번에 많이 먹이려 하지 않기
두 숟가락이면 충분한 날도 있어요. - 3. 아이 눈높이 맞추기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먹이면 반응이 훨씬 좋았습니다. - 4. 표정과 말투 신경 쓰기
“맛있지?” 같은 말보다, “이건 이런 거야~” 설명하듯 말하는 게 좋아요.
👨👧 이유식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크는 시간
그날 나는 이유식을 몇 숟가락 먹이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니라, 아빠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먹이기 전에 먼저 다정해지는 법, 실패해도 다독이는 여유, 기다림 끝에 만나는 신뢰.
이유식은 아이에게 음식이었지만 나에게는 관계였다.
🌙 마무리하며 – 이유식 그릇을 닦으며
아이를 재우고 나서 그날 먹다 남은 이유식 그릇을 조용히 닦았다.
아주 조금밖에 비워지지 않은 그릇이었지만, 내 마음은 꽉 찬 느낌이었다.
“많이 먹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오늘, 아이와 마음이 통했어.”
그리고 나는 내일 다시 그 이유식 그릇을 꺼내겠지.
이번엔 숟가락보다, 내 표정을 먼저 준비하며.
▶ 다음 이야기: 울음의 언어 – 아빠가 알아낸 우리 아이의 신호 (17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