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엄마 없이 떠난 첫 외출 – 아빠의 도전과 성장기

엄마 없이 떠난 첫 외출 – 아빠의 도전과 성장기

“오늘은 내가 데리고 나갈게.”

가볍게 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나와 아이의 관계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출발점이 될 줄은 몰랐다.

엄마 없이 떠나는 첫 외출. 누군가에겐 일상이겠지만, 나에겐 작은 전쟁이었다.

👜 준비가 반이다? 아니다, 거의 전부다

아기와 외출을 하려면 짐 하나 싸는 것도 작전급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전날 밤부터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 기저귀 3장, 휴대용 기저귀패드
  • 물티슈, 손수건 2장
  • 분유 + 보온병 + 젖병
  • 간식용 과일 퓨레
  • 여벌 옷, 바람막이 겉옷
  • 작은 장난감, 소리 나는 책

이걸 다 챙기고 나니 정작 내 지갑은 빠트렸다. 그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아이를 안고, 가방을 메고, 유모차에 태우고… 땀이 줄줄 흘렀다. 아직 집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이미 피로감은 80% 도달.

🚗 출발 10분 만에 위기 – 아이 울음은 예고 없다

유모차를 밀고 동네 산책길로 나섰다. 바람도 적당하고, 햇살도 따뜻했다. “오늘 순조로운데?” 싶었던 것도 잠시.

10분쯤 지나자 아이 얼굴이 울상으로 바뀌더니 “으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주위를 둘러보며 원인을 찾아봤지만 도무지 모르겠다. 바람이 찼나? 햇빛이 눈부셨나? 배가 고픈가? 기저귀인가?

서둘러 인근 공원 벤치로 이동해 유모차를 멈췄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 먹이기도 실패, 안아줘도 실패 – 멘붕의 연속

아기를 안고 달래며 물을 먹여봤지만 거부. 퓨레도 고개를 절레절레. 기저귀도 이상 없음.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혹시 나랑 있는 게 불편한 걸까?’ ‘엄마가 없어서 더 스트레스받나?’

주변에서는 엄마들과 아기들이 웃으며 놀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 나는 어색하게 섞여 있던 하나의 점 같았다.

🫂 그 순간, 교감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온다

아기의 울음이 점점 잦아들던 순간,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 아이를 품에 안고 천천히 등을 토닥이며 이렇게 말해봤다.

“괜찮아. 아빠가 여기 있어. 지금 그냥, 우리 둘이 나들이 나온 거야.”

그 말을 듣고 아이가 날 올려다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마를 내 목에 조용히 기대었다.

그때, 아무 소리도 없는 그 순간이 가장 깊은 소통이었다.

울음도, 말도 없었지만 아이도, 나도 서로를 확인한 느낌이었다.

☕ 카페에서 배운 교훈 – ‘잘하려 하지 말자’

공원 옆 작은 카페에 들러 잠깐 쉬기로 했다. 아기는 내 무릎 위에서 조용히 앉아있었고, 나는 아이에게 물을 주며 내 커피를 마셨다.

정말 평범한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육아의 새로운 진실을 깨달았다.

“아이를 위해 뭔가를 잘하려 하지 말고, 그저 같이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는 오늘 아이에게 어떤 교육도, 자극도 주지 않았다. 그냥 같이 걷고, 울고, 멈추고, 안고, 쉬었다. 그게 우리가 만든 첫 외출의 기억이었다.

🌇 돌아오는 길 – 오늘의 실패는 나만 안다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 속 아이는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잤다.

나는 그 조용한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혼자 나선 오늘이, 실패가 아니었음을 느꼈다.

누가 봐도 우왕좌왕한 하루였지만, 아이에겐 아마도 “아빠랑 처음 나갔던 날”이라는 기억으로 남겠지.

📌 아빠 혼자 외출할 때 배운 교훈 3가지

  • 1. 계획은 짧고 단순하게
    1시간 정도의 산책이나 카페 방문 정도로 충분하다.
  • 2. 실수해도 당황하지 말 것
    아이와 나만의 호흡은 실수를 통해 맞춰진다.
  • 3. 목적보다 ‘같이 있음’에 집중
    무엇을 하는가보다, 누구와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마무리하며 – 이 작은 외출이 나를 바꿨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눕히고 나니 몸이 축 처졌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무언가를 ‘성공했다’는 성취감과는 다른,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이었다.

아이가 잠든 옆에서 나는 다시 중얼거렸다.

“오늘도 잘 해냈다. 내가 아이에게 해준 건 단 하나, 함께 있어줬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아빠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 다음 이야기: 아빠의 첫 이유식 도전 – 먹이기보다 중요한 것들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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