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감기, 첫 병원 – 아빠의 초조한 응급 육아
육아를 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아이가 처음 아팠던 날”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날, 나는 혼자였고, 아이는 생전 처음으로 열이 났다. 당황했고, 초조했고, 무서웠다.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이 너무 무능하게 느껴졌다.
🌡️ 갑작스런 열 – 예고 없이 찾아온 신호
토요일 오후였다. 아이를 안고 놀다가 문득 느낀 이상한 열기. 품이 평소보다 훨씬 따뜻했다.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니, 꽤 뜨거웠다. 체온계를 가져와 쟀더니 38.4도.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어디서 옮았나?’ ‘물은 마셨나?’ ‘지금 병원 가야 하나?’ 질문은 많았고, 답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혼자였다.
😓 처음 겪는 불안 – 아빠 혼자의 밤
아이는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젖병을 가져가도 안 받고, 안아도 계속 몸을 비틀었다. 한 시간 사이에 체온은 38.8도까지 올랐다.
구글을 뒤지고, 블로그를 보고, 친구에게 전화도 해봤지만 그 어떤 정보도 아이의 상태를 눈앞에서 바꿔주지 않았다.
나는 그냥, 손발이 꽉 묶인 채로 아이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무기력감’이라는 단어가 뼛속까지 와 닿았다.
🧯 할 수 있는 것부터 – 응급상황까지는 아닐 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 얇은 옷으로 갈아입히기
- 미지근한 물로 물수건 만들어 이마, 목덜미 닦아주기
- 자주 체온 체크하기 (10~15분 간격)
- 방 온도 조절 – 약간 서늘하게
그러는 사이 아이는 지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더 불안했다. 잠든 아이가 열 때문에 숨이 가빠질까, 혹시 토하지는 않을까.
그날 밤은, 내가 눈을 감지 못한 첫 밤이었다.
🚑 소아과냐, 응급실이냐 – 기준을 몰랐다
문제는 병원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38도 넘는 열이 몇 시간 지속되고, 아이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면 소아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보통의 경우’ 이야기였다. 내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나는 전혀 감이 없었다.
다행히 동네에 야간진료를 하는 소아과가 있어 전화 후 택시를 타고 급히 향했다.
🧑⚕️ 병원에서 받은 진단 – 그리고 안도
의사 선생님은 귀를 살펴보시곤 말씀하셨다.
“중이염 초기로 보여요. 열은 그 영향일 수 있어요.”
처방약을 받아 나오는 길, 아이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 때문인지, 차분한 진료실 분위기 때문인지, 아빠가 옆에 있다는 안정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다. 드디어 뭘 해줬다는 느낌이 들었다.
💊 해열제? 약물? – 아빠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
해열제를 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입을 안 벌리니 흘리기 일쑤였고, 먹인 다음에도 이게 과연 효과가 있는지 불안했다.
그 이후 나는 아래 세 가지만은 꼭 기억하기로 했다.
- 약은 ‘언제’보다 ‘상태’를 기준으로 – 아이가 불편해 보일 때
- 약 먹인 시간과 체온은 수첩에 기록
- 무조건 혼자 판단하지 말고, 병원에 전화라도 해보기
육아 커뮤니티에서 많은 팁을 얻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 이후 준비한 ‘응급 키트’ – 아빠 생존 필수템
그 사건 이후 나는 가방 하나를 따로 마련했다. 이름하여, “응급 육아 키트”
- 디지털 체온계 2개 (오차 비교용)
- 해열제 (의사 처방에 따라 보관)
- 수분 보충용 빨대컵 + 보리차
- 작은 메모장 + 볼펜 (체온 기록)
- 소아과 & 약국 연락처 목록
- 물수건, 얇은 수건, 여벌 내복
이걸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응급 상황은 예고 없이 온다. 하지만 준비는 지금 할 수 있다.
🌙 그 밤을 지나고 – 아이와 나, 둘 다 성장했다
아이는 다행히 그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며칠 동안은 계속 열을 체크하고, 수분을 조금씩 떠먹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몇 일 사이에 아빠로서 몇 배는 성장했다.
이전에는 막연히 “육아는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이의 상태를 읽고, 그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건 매일 연습해야 하는 ‘책임감’이다.”
그날 밤, 나는 아이 곁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괜찮아, 아빠가 있어. 아빠는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아.”
아이에게 그 말이 들렸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에게도 그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 다음 이야기: 아빠표 잠재우기 전략 – 밤잠 전쟁에서 살아남기 (14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