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아이와의 소통 – 말 못하는 아이와 마음 나누기

아이와의 소통 – 말 못하는 아이와 마음 나누기

“아직 말을 못하니까 소통이 안 되잖아요.” 내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말을 못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닿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이와 소통을 가장 깊게 한 순간은, 아이가 말을 하기 전이었다.

🧠 아빠의 입장에서 겪은 ‘답답함’

처음에는 솔직히 답답했다. 왜 우는 건지, 왜 웃는 건지, 왜 떼쓰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말 좀 해봐…”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는 눈으로, 손으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 눈빛은 가장 진한 언어

말을 못하는 아이와 소통하는 가장 기본은 ‘눈 맞춤’이다.

아이가 내 눈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읽기 시작했다.

  • 눈이 동그래지면 → 궁금하거나 흥미 있음
  • 눈을 피하면 → 낯설거나 불편함
  • 눈이 반쯤 감기고 멍하다면 → 졸림 시그널

💡 팁: 눈을 마주칠 때 아빠가 웃으며 말하면, 아이는 반사적으로 ‘소통 중’임을 느낀다. 말보다 중요한 건 표정과 분위기다.

✋ 몸짓과 손짓은 아이의 문장

말은 없지만, 아이의 손짓과 몸짓은 하나의 문장이다.

  • 양손을 내밀면 → 안아달라는 표현
  • 발을 툭툭 구르면 → 불만 or 호기심
  • 장난감을 들고 오면 → 함께 놀자는 요청

나는 이걸 ‘비언어적 언어’라고 부른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향한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걸 자주 마주하다 보면, “말은 없는데, 애가 뭘 원하는지 느껴진다”는 순간이 온다.

😓 말이 안 통할 때 생기는 좌절 – 아빠의 감정도 중요하다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서도, ‘소통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울기만 하고 이유를 모르겠을 때. 아무리 안아주고, 물도 주고, 기저귀도 갈았는데도 진정되지 않을 때.

그럴 땐,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이 나가고, 그러고 나서 또 자책하게 된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말이 안 되는 이 시기에는 아이의 감정도, 아빠의 감정도 모두 불완전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아빠가 자기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 소통이 어려운 날엔 ‘감정 표현 놀이’로 풀어보자

말이 통하지 않을 땐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눈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 우리가 자주 하는 감정 놀이

  • 감정 낭독: “슬퍼~”, “화나~”, “기뻐~” 같은 말에 맞는 표정 따라하기
  • 거울 놀이: 거울 앞에서 아이와 함께 표정 바꿔보기
  • 소리 따라하기: “우와~”, “에잉~”, “잉잉잉~” 소리를 내면 아이가 따라 하기도 함

이런 놀이를 반복하면서 말은 못 해도 “이런 게 슬픈 거구나, 이건 기쁜 거구나”라는 감정 언어가 서서히 쌓여가는 걸 느꼈다.

🤲 교감은 누적된다 – 하루 5분의 힘

말 못 하는 시기의 교감은 단번에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순간 속에 누적된다.

아침에 눈을 맞추고 인사한 순간, 먹을 걸 먹여주며 고개를 끄덕인 순간, 잠자리에서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던 순간.

이런 사소한 시간들이 쌓이자, 어느 날 아이가 처음으로 “다~!” (다 줘, 다 먹었어 등)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울 뻔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말 없는 대화’가 모두 연결된 느낌이었다.

✨ 아빠와 아이 사이, 언어는 나중이다

결국 아이와의 소통은 말보다 앞서는 건 존재감과 반응이다.

아이가 보내는 미세한 시그널을 “나는 보고 있어, 듣고 있어, 네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 라는 태도로 받아주면, 말보다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태도는 아이의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은 나중에 따라온다. 하지만 신뢰는 지금부터 만들어진다.

🎵 소리와 표정으로 감정을 나누기

나는 말을 못하는 시기일수록 더 많이 감정을 담은 말투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 “우와~ 이게 뭐야?” – 눈 크게 뜨고 놀람 표현
  • “아이구, 속상했어?” – 찡그리며 공감
  • “대~단하다 우리 아기!” – 박수 치며 칭찬

이런 표현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말보다 먼저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빠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아빠가 놀라면 아이도 눈을 크게 뜬다.

🧩 소통이 되는 순간 – 처음의 교감

하루는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와서 내 손에 얹어줬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행동 하나로 “이거 같이 놀자”는 메시지를 느꼈다.

그리고 내가 “같이 놀까?” 하며 받아주자,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소통하고 있다.”

💡 아빠의 비언어 소통 루틴

  • 아침 인사 – 눈 맞추며 “좋은 아침~”
  • 기저귀 갈이 중 – 얼굴 찡그리며 “으~ 냄새~” (리액션 강조)
  • 식사 중 – “음~ 맛있다!”를 반복, 박수 유도
  • 놀이 시간 – 과장된 제스처, 몸 흔들기 등 리듬감 있게
  • 잘 때 – 눈 감고, 조용히 숨소리 들려주기

이런 루틴은 말보다 더 깊게 마음을 연결시켜준다.

😌 말 없는 시기가 오히려 기회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까지는 아빠의 말투, 감정, 눈빛, 리듬이 전부 소통 수단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기를 ‘교감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말이 트이면 설명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더 깊은 ‘느낌’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 마음은 말보다 먼저 전달된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도 충분히 교감하고, 충분히 사랑을 전할 수 있다.

그 방식은 눈맞춤일 수도 있고, 손짓일 수도 있고, 아빠의 웃음일 수도 있다.

“아이의 언어는 아직 미완성일 수 있지만, 그 마음은 이미 우리에게 도착해 있다.”

오늘도 나는 말 없이 아이와 이야기한다. 눈빛으로, 표정으로, 손으로. 그리고 매번 느낀다.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알고 있다.”


▶ 다음 이야기: 첫 감기, 첫 병원 – 아빠의 초조한 응급 육아 (13화)

댓글 남기기

댓글 남기기

광고 차단 알림

광고 클릭 제한을 초과하여 광고가 차단되었습니다.

단시간에 반복적인 광고 클릭은 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며, IP가 수집되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