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소통 – 말 못하는 아이와 마음 나누기
“아직 말을 못하니까 소통이 안 되잖아요.” 내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말을 못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닿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이와 소통을 가장 깊게 한 순간은, 아이가 말을 하기 전이었다.
🧠 아빠의 입장에서 겪은 ‘답답함’
처음에는 솔직히 답답했다. 왜 우는 건지, 왜 웃는 건지, 왜 떼쓰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말 좀 해봐…”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는 눈으로, 손으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 눈빛은 가장 진한 언어
말을 못하는 아이와 소통하는 가장 기본은 ‘눈 맞춤’이다.
아이가 내 눈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읽기 시작했다.
- 눈이 동그래지면 → 궁금하거나 흥미 있음
- 눈을 피하면 → 낯설거나 불편함
- 눈이 반쯤 감기고 멍하다면 → 졸림 시그널
💡 팁: 눈을 마주칠 때 아빠가 웃으며 말하면, 아이는 반사적으로 ‘소통 중’임을 느낀다. 말보다 중요한 건 표정과 분위기다.
✋ 몸짓과 손짓은 아이의 문장
말은 없지만, 아이의 손짓과 몸짓은 하나의 문장이다.
- 양손을 내밀면 → 안아달라는 표현
- 발을 툭툭 구르면 → 불만 or 호기심
- 장난감을 들고 오면 → 함께 놀자는 요청
나는 이걸 ‘비언어적 언어’라고 부른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향한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걸 자주 마주하다 보면, “말은 없는데, 애가 뭘 원하는지 느껴진다”는 순간이 온다.
😓 말이 안 통할 때 생기는 좌절 – 아빠의 감정도 중요하다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서도, ‘소통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울기만 하고 이유를 모르겠을 때. 아무리 안아주고, 물도 주고, 기저귀도 갈았는데도 진정되지 않을 때.
그럴 땐,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이 나가고, 그러고 나서 또 자책하게 된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말이 안 되는 이 시기에는 아이의 감정도, 아빠의 감정도 모두 불완전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아빠가 자기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 소통이 어려운 날엔 ‘감정 표현 놀이’로 풀어보자
말이 통하지 않을 땐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눈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 우리가 자주 하는 감정 놀이
- 감정 낭독: “슬퍼~”, “화나~”, “기뻐~” 같은 말에 맞는 표정 따라하기
- 거울 놀이: 거울 앞에서 아이와 함께 표정 바꿔보기
- 소리 따라하기: “우와~”, “에잉~”, “잉잉잉~” 소리를 내면 아이가 따라 하기도 함
이런 놀이를 반복하면서 말은 못 해도 “이런 게 슬픈 거구나, 이건 기쁜 거구나”라는 감정 언어가 서서히 쌓여가는 걸 느꼈다.
🤲 교감은 누적된다 – 하루 5분의 힘
말 못 하는 시기의 교감은 단번에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순간 속에 누적된다.
아침에 눈을 맞추고 인사한 순간, 먹을 걸 먹여주며 고개를 끄덕인 순간, 잠자리에서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던 순간.
이런 사소한 시간들이 쌓이자, 어느 날 아이가 처음으로 “다~!” (다 줘, 다 먹었어 등)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울 뻔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말 없는 대화’가 모두 연결된 느낌이었다.
✨ 아빠와 아이 사이, 언어는 나중이다
결국 아이와의 소통은 말보다 앞서는 건 존재감과 반응이다.
아이가 보내는 미세한 시그널을 “나는 보고 있어, 듣고 있어, 네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 라는 태도로 받아주면, 말보다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태도는 아이의 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은 나중에 따라온다. 하지만 신뢰는 지금부터 만들어진다.
🎵 소리와 표정으로 감정을 나누기
나는 말을 못하는 시기일수록 더 많이 감정을 담은 말투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 “우와~ 이게 뭐야?” – 눈 크게 뜨고 놀람 표현
- “아이구, 속상했어?” – 찡그리며 공감
- “대~단하다 우리 아기!” – 박수 치며 칭찬
이런 표현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말보다 먼저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빠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아빠가 놀라면 아이도 눈을 크게 뜬다.
🧩 소통이 되는 순간 – 처음의 교감
하루는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와서 내 손에 얹어줬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행동 하나로 “이거 같이 놀자”는 메시지를 느꼈다.
그리고 내가 “같이 놀까?” 하며 받아주자,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소통하고 있다.”
💡 아빠의 비언어 소통 루틴
- 아침 인사 – 눈 맞추며 “좋은 아침~”
- 기저귀 갈이 중 – 얼굴 찡그리며 “으~ 냄새~” (리액션 강조)
- 식사 중 – “음~ 맛있다!”를 반복, 박수 유도
- 놀이 시간 – 과장된 제스처, 몸 흔들기 등 리듬감 있게
- 잘 때 – 눈 감고, 조용히 숨소리 들려주기
이런 루틴은 말보다 더 깊게 마음을 연결시켜준다.
😌 말 없는 시기가 오히려 기회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까지는 아빠의 말투, 감정, 눈빛, 리듬이 전부 소통 수단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기를 ‘교감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말이 트이면 설명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더 깊은 ‘느낌’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 마음은 말보다 먼저 전달된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도 충분히 교감하고, 충분히 사랑을 전할 수 있다.
그 방식은 눈맞춤일 수도 있고, 손짓일 수도 있고, 아빠의 웃음일 수도 있다.
“아이의 언어는 아직 미완성일 수 있지만, 그 마음은 이미 우리에게 도착해 있다.”
오늘도 나는 말 없이 아이와 이야기한다. 눈빛으로, 표정으로, 손으로. 그리고 매번 느낀다.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알고 있다.”
▶ 다음 이야기: 첫 감기, 첫 병원 – 아빠의 초조한 응급 육아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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