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은 전쟁이다 – 초보 아빠의 이유식 도전기
“이유식? 그냥 죽처럼 만들어서 먹이면 되는 거 아니야?”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첫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여본 날, 나는 깨달았다.
“이유식은 요리 기술이 아니라 인내심이 필요하다.”
첫 이유식, 시작부터 난관
아이의 생후 6개월이 가까워오면서 소아과에서 ‘이유식 준비하셔야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겠지 싶었다. 쌀 불려서 믹서에 갈고 끓이면 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복잡했다.
불린 쌀의 양, 물의 비율, 끓이는 시간, 입자 크기, 농도, 심지어 온도까지 신경 써야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건, “이걸 먹일 때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아빠 혼자 하는 이유식 준비 루틴
나는 나만의 이유식 준비 루틴을 만들어봤다. 처음엔 엉망이었다. 쌀을 불렸는데 몇 시간 지났는지도 까먹고, 한번은 끓이다가 냄비를 태워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루틴을 정리했다:
- 전날 밤: 쌀 30g을 씻어 정수물에 불림 (5~6시간)
- 아침: 불린 쌀과 물(쌀:물 = 1:10~12) 넣고 끓이기
- 중간: 믹서로 곱게 갈거나 체에 걸러 질감 조절
- 식히기: 숟가락으로 떠서 손등에 떨어뜨려 온도 체크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벌써 땀이 줄줄 난다. 아직 먹이기도 전인데 말이다.
첫 이유식 먹이기 – 전투 시작
드디어 이유식 첫 수저. 아이는 숟가락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나는 기대하며 한입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런데…
입에 넣자마자 혀로 밀어내기 시작하더니, 입술로 “뿌~” 하며 다 뱉는다. 그 다음엔 이유식 그릇에 손을 넣고 휘젓는다. 옷, 바닥, 내 옷까지 전부 범벅.
“아… 이게 이유식 전쟁이구나.”
결국 먹인 양보다 치운 양이 더 많았고, 첫날의 이유식은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아빠표 이유식 실패담 모음
- 쌀을 덜 갈아서 덩어리가 남았던 날 → 아이가 이물감을 느끼고 거부
- 너무 뜨거운 상태로 주려다 놀라게 했던 날 → 이후 며칠간 숟가락만 봐도 도망감
- 처음부터 채소 이유식을 시도했던 날 → 단호박, 당근 등은 적응 후에 도전해야 함
하지만 그런 날이 있었기에, 지금은 적당한 온도, 농도, 아이 입맛에 맞춘 조절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
아기 입맛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유식은 아이 입맛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바로 잘 먹는 경우는 드물다. “안 먹는다고 실패한 게 아니다.”
내 아이는 이유식 초반 2주는 거의 거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3주차쯤 되니, “어? 오늘은 한 숟가락 더 먹네?” 하는 날이 생겼고, 한 달이 지나자 5~6숟가락은 꾸준히 먹게 되었다.
그때 느꼈다. 이유식은 아기만 적응하는 게 아니라, 아빠도 함께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아빠표 이유식 노하우 정리
- 1. 하루 전 불려놓기 + 메모하기 → 양과 비율을 정확히 기록해두면 실패 줄어든다.
- 2. 아기 반응에 따라 텍스처 조절 → 처음엔 묽게 시작, 점차 입자 늘려가기
- 3. 아이가 거부해도 억지로 먹이지 않기 → 좋은 기억이 쌓이게 해야 나중에 잘 먹는다
- 4. 엄청 잘 먹는 날? 기적이라고 생각하자 → 너무 기대하지 말고, 그저 감사한 하루로
아빠가 만들어주는 이유식, 그 이상의 의미
어느 날, 아이가 이유식을 한입 먹고 나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 순간 나는 피로가 싹 사라졌다.
“아빠가 해준 거 맛있어?” 아이의 웃음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 날부터 나는 이유식을 ‘음식’이 아니라 아이와 나만의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 오늘도 이유식 전쟁은 계속된다
아직도 이유식은 쉽지 않다. 먹이다 보면 아이가 숟가락을 뺏고, 한입 먹고 고개를 돌리며 거부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하루도, 결국엔 나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시간이다.
“이유식은 아이의 첫 식사이자, 아빠와 함께하는 첫 만찬이다.”
그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 오늘도 나는 쌀을 불리고, 이유식을 끓인다.
▶ 다음 이야기: 아빠도 모르는 기저귀 갈이의 세계 – 실전 2탄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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