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육아휴직 내 이야기 – 회사에서 집으로

육아휴직 내 이야기 – 회사에서 집으로

“진짜 육아휴직을 쓸 거야?”

그날 팀장님의 반응은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섞인 표정이었다.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던 동료는 “그래도 그건 여자들이 주로 쓰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선택이 틀린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육아휴직을 결심한 이유 –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시간

우리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찾는 빈도가 많아졌고, 아이의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나에게 많은 것을 말해줬다. “아빠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사실 나도 처음엔 많이 망설였다. 남자인 내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주변 시선은 어떨까? 경력 단절은? 경제적인 부분은?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아이가 기억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육아휴직 신청 과정 – 말 꺼내는 것도 용기였다

회사의 규정상 육아휴직은 누구나 쓸 수 있었지만, 실제로 남성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사팀에 휴직 의사를 전했을 때, 담당자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남자분은 거의 처음이라서요.” 라고 말하며 조금은 어색해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팀에 전달하고, 마지막 퇴근날 책상을 정리하며 들었던 생각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구나.” 였다.

가족들의 반응 – 모두가 찬성한 건 아니었다

아이 엄마와는 별거 중이었기에 부모님에게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남자가 왜 집에 있어? 그 시간에 돈을 더 벌어야지.”

물론 걱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지만, 그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 하지만 나는 말했다. “저도 아빠니까요.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면, 지금이 그 시작인 것 같아요.”

육아휴직 첫 달 – 후회와 혼란의 연속

사실 처음 한 달은 너무 힘들었다. 회사 일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육아의 반복되는 루틴에 적응하지 못했다.

매일 새벽에 울며 일어나는 아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는 울음소리, 먹다 뱉는 이유식, 끝도 없는 빨래와 청소…

“내가 회사를 나가지 않는 건 정말 잘한 선택일까?”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스스로를 자책하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육아휴직이 내게 가르쳐준 것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루틴이 생기고, 나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 아이의 눈빛만 봐도 지금 졸린지 아닌지 알게 되었고,
  • 먹는 속도를 보며 기분을 추측하게 되었고,
  •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어떤 소리에 반응하는지 감이 생겼다.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익숙한 사람이 되었구나.”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꼈다.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낯설지만

마트에서 유모차를 끄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머, 아빠가 혼자 보러 나오셨네?”라는 느낌이 강했다.

어린이집 상담을 하러 갔을 때도 “어머니께 전달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었고, 기저귀 갈이를 하러 남자화장실에 갔더니 기저귀 교환대조차 없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남성 육아휴직은 제도만 있을 뿐, 현실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도 필요했다

육아휴직은 단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 낮잠 시간에 조용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 한 권 넘겨보는 그 순간, 나는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팀장, 동료로 불렸지만, 지금은 ‘아빠’라는 이름 외에도 ‘한 사람의 남자, 인간으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에게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혹시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또는 이미 육아에 깊이 들어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결정이 당장은 불안할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택이었다고 느낄 겁니다.”

육아휴직은 결코 ‘도망’이 아니라, ‘책임지고 선택하는 용기’입니다.

마무리하며

나는 이제 다시 회사로 돌아갈 날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혼자 육아를 하는 시간이 얼마나 벅차고 외로운지 알기에 나는 이 기록들을 남기고 싶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 다음 이야기: 기저귀 갈이도 기술이다 – 초보 아빠의 실전 육아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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