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새벽 수유와 전쟁 같은 아침 – 아빠의 하루 루틴

새벽 수유와 전쟁 같은 아침 – 아빠의 하루 루틴

누군가 내게 물었다. “요즘 하루가 어때요?”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전쟁이죠. 하지만 웃기게도, 매일 그 전쟁이 기다려집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매일 아침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이다. 그 하루는 절대 어제와 같지 않다. 아이의 기분, 컨디션, 나의 체력,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그 모든 것들이 오늘의 루틴을 결정한다. 이 글에서는 내가 겪고 있는 ‘아빠 혼자 육아’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나눠서 진짜 현실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 AM 4:30 – 새벽 수유, 하루의 시작

아이의 칭얼거림에 눈이 번쩍 뜨인다. 젖병을 데우기 위해 조용히 부엌으로 간다. 손에 익은 듯 움직이지만, 사실 매번 긴장된다. 온도가 너무 뜨겁진 않은지, 젖병이 잘 씻겨 있는지…

어느 날은, 수유 도중 내 품에 안긴 채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눈빛을 보고 괜히 울컥했다. “이 작은 생명이, 지금 나 하나만 믿고 있는 거구나.”

수유가 끝나고, 트림까지 마친 뒤 조심스럽게 눕힌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으려 조심스러워지는 시간. 이때 다시 잠들어 주면 천만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새벽부터 뽀로로, 타요, 아기상어 노래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 AM 7:00 – 전쟁 같은 아침 준비

이유식은 매일 새로운 미션이다. 전날 미리 쪄둔 브로콜리와 당근, 쌀죽을 꺼내 중탕한다. 먹여보면 그날그날 반응이 다르다. 어제 잘 먹던 걸 오늘은 고개를 돌린다. “그래, 오늘은 입맛이 없구나.” 하고 넘긴다.

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 순간, 내가 진짜 아빠라는 게 실감난다. 숟가락을 잡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 아~ 해봐!”라며 내 입에 밀어넣을 때, 너무 귀여워서 사진 찍으려다 또 흘리고 만다. 결국은 바닥에 흘린 죽 닦으며 허리를 다쳤다.

🕘 AM 9:00 – 집안일과 육아의 공존

하루 중 가장 정신없는 시간대다. 아이 옷 정리, 장난감 정리, 어제 못한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한 손에는 세탁물을 들고, 다른 손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내 모습. 거울 속에서 피곤한데도 묘하게 단단해진 내 얼굴을 발견한다.

이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에게 ‘생활’이란 걸 보여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단지 놀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을 꾸려나가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다.

🕐 PM 1:00 – 낮잠 시간, 나만의 회복 루틴

아이를 낮잠 재우는 건 또 다른 전쟁이다. 책을 세 권 읽고, 인형을 눕히고, 팔베개를 해주고, 조용히 토닥이다가… 나도 같이 잠들어버리는 날이 많다. 그게 싫진 않다. 짧게나마 나도 재충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어떤 날은 아이가 늦게 자서 내 점심도 늦어지고, 결국 컵라면으로 때우는 날도 있다. 하지만 혼자만의 조용한 30분, 그 시간에 나는 블로그를 쓰거나 아이 사진을 정리하며 ‘오늘도 잘 살았구나’라고 다짐한다.

🕓 PM 4:00 – 놀이 시간, 체력 방전 시작

아이에게 놀이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아빠, 같이 놀자!” 이 말은 그냥 요청이 아닌 초대다. 나를 아이의 세계로 초대해주는 소중한 문장이다.

나는 피곤해도 이 초대를 거절하지 않는다. 같이 블록을 쌓고, 부수고, 인형에게 밥을 먹이고, 역할극을 한다. 가끔은 내가 놀아주는 건지, 아이가 나를 놀아주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이 시간대에 꼭 배가 고파온다. 하지만 간식을 꺼내면 아이도 먹고 싶어 하니까, 결국 둘이 앉아 바나나 하나를 나눠 먹는다. “아빠는 이거 다 먹어~”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내게 줄 때, 괜히 울컥한다.

🕖 PM 7:00 – 저녁, 목욕, 그리고 마지막 체력 소모

하루 중 체력 소모가 가장 큰 루틴. 목욕은 아이에게는 놀이지만, 나에겐 노역이다. 물 온도 맞추고, 미끄럼 주의하고, 머리 감기고, 욕조에서 나올 땐 거의 땀이 줄줄 흐른다.

로션 바르며 “좋아요~ 좋아요~” 노래를 부르면 아이도 나도 웃는다. 이 순간만큼은 육아가 고됨이 아닌 행복으로 느껴진다.

🕘 PM 9:00 – 재우기, 그리고 조용한 밤

책 읽고, 수면등 켜고, “잘 자~ 사랑해~” 한마디로 마무리. 하지만 그 후에 30분 정도 뒤척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다시 놀이하자고 하는 날도 있다.

나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지만, 아이에게 오늘 하루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짜낸다.

🌙 PM 10:30 – 나를 위한 시간,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아이를 재우고 난 후, 불도 끄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는 안도감. 그리고 내일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교차한다.

그리 특별한 하루는 아니지만, 이 하루들이 쌓여서 나와 아이의 인생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하루

‘아빠 혼자 육아하는 삶’은 고되지만, 외롭진 않다. 아이의 손이 있고, 웃음이 있고, “아빠 최고!”라는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지금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혹시라도 지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당신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요.”

내일도 또 전쟁 같은 하루가 펼쳐지겠지만, 그 전쟁 끝에 아이의 포근한 웃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니까, 나는 오늘도 기꺼이 참전한다.


▶ 다음 이야기: 육아휴직 내 이야기 – 회사에서 집으로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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