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혼자서도 괜찮아, 아빠가 되는 시간

혼자서도 괜찮아, 아빠가 되는 시간

아이와 단둘이 집에 처음 남겨졌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안은 조용해졌고, 낯설게 느껴졌다. 낯설고도 막막한 그 공간에서 “이제 진짜 나 혼자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그날부터 나는 ‘아빠’라는 이름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아닌 ‘책임지는 사람’으로

예전에는 육아를 ‘돕는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바쁠 때, 내가 잠깐 아이를 봐주는 정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이의 하루 전체를 책임지는 주양육자가 되면서, 육아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밥은 언제 먹여야 하고, 낮잠은 몇 시에 재워야 하고, 기분이 안 좋을 땐 왜 그런지도 살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알아갔다. 나는 생각보다 섬세했고, 또 생각보다 끈기가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육아를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의심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배우고 있지만, 분명히 잘 해내고 있다.”

혼자라서 무서운 순간들

혼자서 육아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이 섞인 일이다. 무섭고, 외롭고,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는 정말 정신이 없다. 새벽 3시에 고열로 깬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갔던 날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하다. 아이는 내 품에 기대 울고 있었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접수 서류를 작성했다.

“엄마는 안 오셨어요?”라는 질문이 그날 따라 더 아프게 들렸다. 하지만 그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였다. 나는 무섭고 당황스러웠지만, 아이 앞에서는 웃으려고 애썼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실 가장 두려운 건, 내가 틀릴까 봐다. 아이가 열이 날 때 해열제를 줘야 할까,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잘 재우는 방법은 뭘까… 매 순간이 결정의 연속이고, 나는 그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산다.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물리적인 고됨보다 심리적인 책임감이 훨씬 더 크다.

‘아빠’라는 이름에 적응해 가는 중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삶의 중심은 ‘나’에서 ‘아이’로 완전히 이동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무얼 먹일지, 어떤 놀이를 함께 할지… 모든 결정의 기준이 ‘아이’다. 신기하게도, 그게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처음엔 버거웠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이제는 밥을 먹으며도 아이의 눈치를 본다. 밥을 다 먹었는지, 혹시 더 먹고 싶은 건 없는지. 외출할 때는 기저귀, 물티슈, 간식, 여벌 옷을 자동으로 챙기는 내 모습을 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 “이제 나도 아빠가 다 되었구나.”

특히 아이가 “아빠, 이거 같이 하자”라고 손을 잡아끌 때, 온 세상이 멈춘다. 회사 일로 바쁘고, 할 일이 많아도 그 손을 뿌리칠 수 없다. 그 작고 따뜻한 손 안에 나를 믿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한 아빠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도 가끔 헷갈린다. 다른 아빠들처럼 멋진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 정말 깊고, 진심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다. 실수할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아이 곁에 있다는 것. 아빠로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그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육아를 하며 드는 생각은, ‘정답’보다는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는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보다, 그 선택을 왜 했는지를 더 잘 느끼는 것 같다. 아이와 나, 둘 사이의 신뢰는 그렇게 조금씩 쌓여간다.

‘혼자’라는 단어에 숨지 않기로

예전에는 ‘혼자’라는 말이 두려웠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숨지 않기로 했다. 나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고,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이다.

키즈카페에서 엄마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 처음에는 민망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어? 아빠가 혼자 데리고 오셨어요?”라는 말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중일 뿐이니까.

혼자 육아하는 아빠도 점점 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적지만, 나처럼 하루하루 묵묵히 아이 곁을 지키는 아빠들이 분명 있다. 그런 사람들과 언젠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마치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초보 아빠라면, 아니면 나처럼 혼자 육아를 하고 있다면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은 잘하고 있다. 서툴러도 괜찮고, 지쳐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아이 곁에 있는 것이다.

아빠가 되는 시간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나도 매일 실수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아빠’로 만들어준다. 혼자서도 괜찮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아이가 나를 향해 웃는 그 순간, 그 모든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다.


▶ 다음 이야기: 새벽 수유와 전쟁 같은 아침 – 아빠의 하루 루틴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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