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요청이 어려운 아빠 – 혼자 감당하는 육아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이 말은 처음엔 다짐이었고, 나중엔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어느새 무거운 의무가 되었다.
누가 대신하라고 말한 적도 없고, 누가 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는데, 나는 왜 도움이 필요해도 쉽게 말하지 못할까?
🧍♂️ 아빠가 혼자 감당하게 되는 이유
나만 그랬던 건 아니다.
많은 아빠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그냥 조용히 참는 쪽을 선택한다.
왜일까?
- “아빠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책임감의 무게
- “말해봤자 별 수 없어”라는 포기와 체념
-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약한 사람이나 하는 거야”라는 사회적 시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봐 두렵다.
📦 고립은 아주 작게 시작된다
처음엔 별거 아니었다. 아이가 열이 나서 밤을 새고, 기저귀를 몇 번이고 갈아야 했고, 내가 자던 시간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고, 몇 달이 되면서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괜찮아.” “내가 할게.” “조금 피곤하긴 한데 뭐…”
사실은 피곤했고, 짜증났고, 두통도 심했지만, 그 말을 하는 게 더 피곤할 것 같았다.
💬 남자라서, 아빠라서 더 말하지 못하는 말
우리는 자라면서 강해야 한다고 배웠다. 무너지면 안 된다고 배웠다.
그래서 “도와줘”라는 말 한마디를 꺼내는 데 하루가 걸리고, 심하면 몇 주를 고민하게 된다.
특히 육아라는 영역은 “아내가 더 힘들 거야”라는 생각에 내 감정을 뒤로 미루게 만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배려’는 진짜 배려가 아니라,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회피였을지도 모른다.
🔄 도움을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멀어진다
나는 내 방식대로 육아를 최선을 다해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내와의 대화에서 미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왜 갑자기 예민하게 받아들여?” “힘들면 말을 해야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말했잖아. 눈치 챌 수 있었잖아.”
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말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더 이상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혼자 감당한 육아가 남긴 것
혼자 감당한다는 건 모든 에너지의 소진을 의미한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루게 되고,
-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게 되고,
- 감정이 마비되고,
-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게 된다.
가끔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와만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지금 누구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누군가에게 말하기까지
어느 날, 아이를 재우고 소파에 앉았는데 눈물이 났다.
이유 없는 눈물이 아니라, 너무 오래 참고 있었던 눈물이었다.
그날 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요즘… 좀 힘들어. 이게 계속 쌓이는 느낌이야. 아무 일 없는 것 같지만, 계속 무너지고 있는 기분.”
그 말을 꺼내는 데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말하고 나니, 조금은 숨 쉴 수 있었다.
🧭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약함이 아니다
도움은 내가 못나서 받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연결이다.
육아는 둘이 해도 힘들다. 그걸 혼자 하려는 건 용기보다 무모함이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최선은 지친 부모가 아니라, 도움을 통해 회복한 부모다.
📌 도와달라고 말하는 연습
- 1. 짧고 구체적으로 말하기
“나 오늘 조금 피곤해서, 재우는 것 좀 맡아줄 수 있어?” - 2. 감정까지 말하기
“요즘 잠이 부족해서, 내가 예민해진 것 같아.” - 3. 도움을 미리 요청하기
“내일은 내가 좀 쉴 수 있도록 시간 좀 비워줄 수 있을까?” - 4. 받은 도움에 고마움 표현
“너무 고마워. 덕분에 오늘 좀 살 것 같아.”
🌿 관계는 도움 속에서 자란다
도움을 요청하면 부담을 줄까 두려웠지만, 오히려 솔직함은 이해를 만들었고, 이해는 연결을 만들었다.
아내와 함께 “나도 이 부분은 좀 힘들어.” “그럼 이건 내가 해볼게.” 서로 감정과 역할을 조율하면서, 육아는 둘이 하는 일이 되기 시작했다.
🌙 마무리하며 – 혼자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부족한 아빠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감정을 살피고, 필요한 순간 도움을 구하는 아빠가 더 성숙한 아빠입니다.
육아는 혼자 해내는 과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훈련입니다.
도움은 약함이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건 사람으로 살아가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다.
▶ 다음 이야기: 24 – 감정 조절 실패한 날 – 아빠도 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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