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아플 수 있다 – 감기 걸린 날의 육아
전날부터 목이 간질거리고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아빠니까, 몸살 기운쯤은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아, 오늘은 진짜 아프다.’
목은 칼칼하고, 머리는 띵했고, 온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평소 같았으면 이불을 덮고 조용히 하루 쉬었겠지만, 아빠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었다.
바로 옆에서 깔깔 웃으며 나를 깨우는 아이가 있었고, 나는 다시 현실의 육아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 쉬고 싶다는 말조차 못할 하루
“아빠는 오늘 몸이 안 좋아.”
그 말을 중얼거리며 아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이불을 들추고 내 얼굴 위로 올라왔다.
등을 타고 올라가고, 내 뺨을 때리고, 내 상태와는 아무 상관 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장난감을 꺼내달라며 울고, 우유를 먹고 싶다고 소리치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몸을 비틀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아픈 몸을 이끌고 반응했다.
😵 체력이 아니라 ‘의지’로 버텨야 했던 시간
몸이 힘들면 마음도 같이 무너진다. 특히 혼자 아이를 돌보는 날은 더 그렇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우와~”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 위로 장난감 블럭이 떨어졌다.
그 상황에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눈물이 날 것도 같고, 그냥 모든 게 멍했다.
“아빠, 진짜 아파…”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그 순간, 없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침묵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 아픈 몸으로 안아야 했던 아이
열이 오르고 기운이 빠지는데 아이를 안아야 했다.
작고 귀여운 몸이 그날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안은 채로 10분도 못 지나 팔에 힘이 풀렸다.
“아빠가 너 안아주는 걸 이렇게 힘들어하는 날도 있구나…” 스스로도 낯선 감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아이의 눈이 내 눈과 딱 마주쳤다.
작은 얼굴로 조용히 나를 응시하더니, 조용히 나의 뺨을 만졌다.
그 순간, 어디선가 눈물이 맺힐 것 같았다.
📉 나조차 몰랐던 ‘무기력감과 죄책감’
몸이 힘든 것도 문제지만, “오늘은 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더 무거웠다.
안아주는 것도 제대로 못 하고, 놀이 시간도 거의 없고, 우유 먹일 때도 기운 없이 대충 넘긴 듯해서 스스로 미안해졌다.
‘아이에게 좋은 하루를 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내 열보다 더 나를 힘들게 했다.
🧊 부모의 병가란 없다 – 현실 속 무리수
병원? 불가능했다. 누구에게 맡기고 1시간 다녀올 여유도 없었다.
물 한 잔 마시기에도 틈이 필요했고, 커피포트 물 끓이는 3분 사이에도 아이는 내 다리에 매달려 있었다.
‘아, 내가 아프면 안 되는 집이구나.’ 현실이 냉정하게 느껴졌다.
그날 아이가 낮잠 자는 40분이 유일한 회복 시간이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 눈도 감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 그날 알게 된 육아의 진실
그날을 지나며 나는 알게 됐다.
육아는 ‘완벽한 상태의 부모’가 하는 게 아니라, ‘있는 상태 그대로의 부모’가 계속 해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기운이 없으면 덜어낼 줄 알고, 아프면 쉬어야 하고, 잘 안 되는 날은 스스로를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아빠가 잘해줬는가”가 아니라 “아빠가 곁에 있었는가”라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진심으로 이해했다.
📌 아픈 날의 생존 육아 팁
- 1. 놀이 대체 전략
몸으로 놀지 말고, 감각 놀이 영상 + 오디오북 활용 - 2. 방어적 체력 운영
기저귀, 우유, 옷 교체는 바닥에서 처리 → 낙상 방지 + 피로 최소화 - 3. 외부 지원 요청은 부끄럽지 않다
가능하다면 주변에 솔직하게 요청하기. 도움은 받을수록 좋은 것 - 4. 아이가 자는 시간, 진짜 쉼
스마트폰 말고 눈 감고 10분만 조용히 호흡하기
👶 아이는 아빠의 ‘표정’을 기억한다
그날 밤, 아이는 내 품에서 잠들었다. 나는 여전히 미열이 있었고, 피로는 잔뜩 쌓여 있었지만…
아이의 숨결을 느끼며 내 마음은 이상하게 조금 가벼워졌다.
“오늘 하루를 잘 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옆에 있었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너는 아빠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어.”
🌙 마무리하며 – 부모도 인간이다
아빠도 아플 수 있다. 아파도 된다. 그걸 죄책감 없이 인정하는 순간, 진짜 육아가 시작된다.
우리는 인간이고, 언제나 100% 컨디션일 수 없다.
하지만 아프면서도 안아주고, 지치면서도 웃어보려는 그 마음 하나가 아이에겐 온 세상이 된다.
오늘도 나는 아이 곁에 있었다.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는 것이다.
“아빠도 사람이다. 그럼에도 아이 곁에 머무는 그 하루, 그게 바로 진짜 육아다.”
▶ 다음 이야기: 나만의 시간은 사치일까 – 아빠의 짧은 탈출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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